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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입학미사 강론
[ 작성일 : 2024-03-07, 조회 : 77 ]
2024년 신입생 입학 미사 강론

사제성소의 삶을 시작하는 새내기 형제 여러분,
오늘 제가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복음의 기쁨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찾자'입니다.
먼저 의사이며 시인인 서홍관 님의 ‘의사의 업적’이라는 시를 인용하면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병원 재무회계팀에서는 내일까지 연말정산을 하라고 재촉합니다. ... 인사관리팀에서는 지난 일년간 쓴 논문 제목을 입력하라고... 교육훈련팀에서는 지원받은 컴퓨터는 병원 자산이니 반납하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나는 이렇게 매우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은 바보입니다. 내가 오늘 환자와 나눈 이야기는 모릅니다. ... 우리가 [환자와] 진료실에서 비밀스럽게 나누었던 [삶의] 이야기는 어느 의학교과서에도 쓰여있지 않은 말입니다. 더구나 건강보험공단에서 진료비 상정할 때도 반영되지 않은 것이고, ... 의사 업적평가에도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서홍관, '의사의 업적 1')

이 시에서, 의사가 할 일이 병을 치료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 병이 생겨난 삶의 환경과 환자의 삶을 공감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의학지식과 치료 기술을 습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의료기술만이 아니라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과 교감하며,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넉넉한 마음을 만납니다. 이 시를 인용한 이유입니다.

사제 성소의 길에 들어선 새내기 형제 여러분,
저나 여러분이 걸어갈 사제 성소의 길이 그렇습니다. 이곳 신학교에서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은 그저 생명 없는 사목의 기술이 아님을 잘 알고 있으리라 여깁니다.

여러분이 사제 성소를 위해 품은 고귀한 마음과 열정, 숱한 날들의 고민과 용기 있는 선택, 삶으로 증언하고자 하는 지향을 이곳 신학교에서 복음의 기쁨으로 맘껏 키우고, 멋지게 단련시키고, 폭넓게 심화시키도록 하십시오.

이곳 신학교는 여러분의 사제 성소의 열정과 희망이 현실이 되는 장소입니다. 여러분의 열정과 희망을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통하여 성장시키십시오. 그분의 복음이 여러분의 삶을 기쁨으로 채우고 춤추게 하도록 하십시오. 그분이 걸으셨던 길이 사제 성소의 길을 비추는 빛이 되도록 하십시오. 그분의 진리가 여러분의 삶을 자유롭게 하고 해방하시도록 내맡겨 보십시오.

사람을 살리시는 그분의 말씀, 인간을 존중하는 그분의 태도와 방식, 사람들의 딱한 처지를 살피시는 마음, 힘과 권력에 굴복하지 않으시는 자유,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운명을 여러분 자신의 것으로 만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매일 봉헌하는 미사와 기도, 여러분이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 장차 여러분에게 펼쳐질 모든 일, 여러분이 배우는 철학과 신학은 근본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깨닫기 위한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것은 곧 여러분이 이곳 신학교 공동체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기 위해 찾아 나서는 길이 그저 머리 속에서 관념적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도록 경계하십시오. 나중에 사제가 되면 비로소 이루어지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으며,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분과의 만남이 우리 신학교 공동체 속에서 현실이 되기를 지향합시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우정과 친교를 나누는 법, 서로 다르지만 존중하고 소통하는 법, 서로 기꺼이 배우고자 하는 겸손한 마음, 서로 환대하는 마음, 서로 신나게 살아가는 법을 지금, 여기에서 시작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바로 그렇게 살아보기 위하여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제 성소의 삶을 시작하는 새내기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교회공동체와 여러분의 가족이 기도와 정성을 다해 빚어낸 새 포도주와 같습니다.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여러분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새롭게 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여러분의 사제 성소 여정과 동행하시는 하느님께서 강복하시기를 온 마음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