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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입학미사 강론
[ 작성일 : 2021-03-16, 조회 : 580 ]
1.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 우리는 본래 기념일인 3월 7일에서 이동하여 개교 59주년을 기념하며 입학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 미사에 부모님과 가족, 은인들을 모시지 못했습니다. 우리 신입생들에게는 아쉬움이 크겠지만, 늘 더 많은 이들이 마음과 기도로 여러분과 함께할 것입니다. 또 여러분에게는 같은 길을 가는 든든한 선배와 동료들이 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분명 이 순간에, 수많은 성인들과 천사들이 우리를 지켜보며 함께 떠들고 즐거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오, 저 친구는 과연 어떤 사제가 될까?” 하고 말입니다.

잘 아시듯, 올해 보편 교회는 ‘요셉 성인의 해’를, 한국 교회는 ‘성 김대건 희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교황님의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는 정독을 하셨겠지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살이 안내서」는 다음 주에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우리 신학교에도 제대 앞에 김대건 신부님의 작은 유해가 모셔져 있습니다. 물론 김대건 신부님의 머리 유해는 서울신학교에 모셔져 있고, 신부님의 유적지는 주로 서울, 수원, 대전 교구 등지에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신과 사명만큼은 그 어디보다도 우리 신학교에 깊이 새겨져 있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 신학교는 1962년에 ‘대건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출범했고, 김대건 신부님을 우리 신학교의 수호성인으로 모시기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정신과 사명은 최민순 신부님이 작사하신 ‘교가’에도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대건의 얼을 받아 그 본을 받아 겨레를 섬겨 나아갈 자랑도 크다.” 친애하는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이 대건의 자랑입니다.

2. 오늘 조촐하게,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성인들과 천사들의 천상 전례와 더불어 아주 성대하게 입학 미사를 봉헌하는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은 대략 10년 안팎이면 사제가 되실 것입니다. 이른바 ‘신부’가 되실 것입니다. 아버지가 되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에서 요셉 성인을 가리켜 이렇게 말합니다. “성 요셉은 직접 자기 부성의 실행을 통하여 예수의 인격과 사명에 봉사하도록 하느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았다.” 요셉 성인은 부성으로써, 곧 아버지가 됨으로써 구원 역사에 협력하셨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그렇게 아버지가 됨으로써 구원의 신비에 봉사하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혼인도 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아버지가 된다는 말입니까? 자식을 낳지도 기르지도 않는 사람이 어떻게 아버지일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러나 여러분이 나중에 신부가 되면, 곧 아버지가 되면, 많은 자녀들을 낳고 기르게 될 것입니다. 세례로 교회의 자녀들을 낳고, 말씀과 성사로 그 자녀들을 먹이고 기르게 될 것입니다. 이 신학교의 오랜 시간은 결국 아버지,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과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여러분이 혼인을 하지 않는다고요? 물론 여러분은 혼인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혼인의 참된 의미가, 오직 한 사람에게만 모든 것을 바치고, 오직 그 한 사람만을 위하여 사는 것이라면, 여러분은 누구보다도 혼인의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주님께만 그리고 주님의 몸인 교회에게만 믿음과 사랑을 주고 봉사하고 헌신해야 합니다. 한눈을 팔면 안 됩니다. 두 마음을 가지면 안 됩니다.

이 점에서 누구보다 혼인과 가정, 아버지가 된다는 것의 모범은 요셉 성인이십니다. 교황님의 교서를 다시 인용하자면, “요셉은 끊임없이 교회를 보호하면서, 그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교회를 사랑하면서 그 아기와 그 어머니를 끊임없이 사랑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요셉 성인에게서 그 같은 보호와 책임감을 배워야 합니다. … 그 아기와 그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을 배워야 하고 … 교회와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이 말씀들은 한마디로,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합니다. 요셉 성인이 나자렛 성가정의 가장으로서 예수님과 마리아를 보호하고 부양했듯이, 신부는 아버지, 곧 가장으로서 교회 공동체를 사랑하고 보호하고 책임지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3. 하지만 이러한 막중한 책임 앞에서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되물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어떻게 그런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은 두려움과 불안 가운데, 아버지가 되려는 세상의 모든 남성에게 아마도 예외 없이 닥치는 물음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다른 형태이긴 해도, 신부가 되겠다는 사람이면 더욱 진지하고 절실하게 물어야 하는 물음이라 하겠습니다. “내가 어떻게 그런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교황님은, 모든 신부와 주교는 바오로 사도처럼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내가 복음을 통하여 여러분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1코린 4,15) 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우리 역시 참으로 그럴 수 있을까요?

교황님은 교서에서 이런 말씀들을 하십니다. “구원 역사는 … 우리의 나약함을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흔히 하느님께서 우리의 훌륭하고 우수한 부분을 통하여 일하신다고 생각하지만, 하느님 계획의 대부분은 우리의 결점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실현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온유함으로 우리의 나약함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악마는 우리가 우리의 나약함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지만, 성령께서는 온유함으로 우리의 나약함을 드러나게 해 주십니다. 온유함은 우리 안의 나약함을 어루만져 주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바위틈에서도 꽃을 피우실 수 있습니다.”

4. 친애하는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약하고 불안하지만 반드시 아버지가 되실 것입니다. 성령께서 이끌어 주시고 예수님께서 언제나 함께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는 늘 여러분을 도와주는 안내자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 속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요한 5,7) 하고 하소연했던 병자와 달리, 여러분에게는 에제키엘을 안내했던 천사와 같은 존재들이 늘 곁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하십시오. 자신을 희생하고 책임을 다하는 아버지가 되라는 거룩한 요청을 요셉 성인처럼 온유하면서도 강인하게, 굳건한 의지로 받아들이십시오. 교황님의 말씀처럼, “교회도 아버지들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이 세상은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친애하는 신입생 여러분, 친애하는 부제님들과 신학생 여러분, 물론 당연히 시간이 걸리고 난관이 있겠지만, 여러분 모두 아버지가 되십시오.

예수님을 기르시고 성가정을 돌보신 성 요셉,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