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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졸업미사 강론
[ 작성일 : 2020-11-28, 조회 : 470 ]
2020년 11월 28일 졸업 및 방학 미사

1.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번 학기를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잘 나가던 우리 공동체는 막판에 GS25 편의점 사태로 잠시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8명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는데, 저도 그 가운데 한 명입니다. 사실을 밝히자면, 저는 GS25 강변점에 들른 적이 없습니다. 장을 보고 나오는 학사님을 곧바로 제 차에 태웠기 때문에 코로나 검사를 받았던 것입니다. 8명 가운데 3명은 일찌감치 음성 통보를 받았는데, 저를 포함해 5명은 꼬박 만 이틀을 기다려도 아무 연락이 없었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제가 직접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지요. 결과는, 3명은 음성이지만 2명은 아예 명단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애매함이 있었지만, 나주시 보건소 홈페이지에 지난 금요일 전체 내방자 가운데 2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음성으로 공지가 되었기 때문에, 저는 그 나머지 4명을 모아 놓고, 마침 그날이 그리스도왕 대축일이기도 해서, 본관 경당에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저녁 8시가 넘어 3명은 재검을 받으라는 통보가 왔습니다. 그날 밤, 저는 자다 깨서 일어나 묵주 기도 하고, 자다 깨다 일어나 묵주 기도 하고 …, 잠 못 이루는 밤이었습니다.
    지금 밖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유행하고 있습니다. 마치 신학교 밖에서 saeculum, daemon et caro 말고도 네 번째 monstrum이 여러분을 불러내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럼에도 여러분은 어서 빨리 이 신학교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힘차게 ‘오 예수’를 목청껏 부르시겠지요. 어쨌든 이 마지막 ‘오 예수’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잘 부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든 늘 주님께서 여러분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2. 학부를 졸업하시는 다섯 분의 수도자 여러분,
조기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2주간의 단축 수업으로 행여 덜 배운 게 있다손 치더라도, 슬기로운 수도자 생활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리라 여깁니다. 어디서든 수도자로서의 길을 충실히 걸으시고, 주님께서 늘 함께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신학교를 위해서도 가끔씩 기도해 주십시오.

3. 친애하는 부제님들,
부제님들도 조기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드디어, It's time to say goodbye. Goodbye? Good time?
    신학교를 가리켜 흔히들 ‘교회의 심장’이라고 합니다. 사제들을 양성하여 각지로 내보내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이르신 대로,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 그리고 “늘 깨어 기도”하십시오.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어쩌면 사제품을 받을 때쯤이 여러분 삶에서 성덕이 가장 출중한 때인지도 모릅니다. 품을 받고 나서 시간이 흐를수록 성덕이 조금씩 더해지기보다는 오히려 내리막길을 걸을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으리라고 아무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곳 못자리를 떠나서도 인간적으로나 사제로서나 계속 진보하여 주님을 따를 수 있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여러분에게는 신학교의 삶이 꿈같기도 하고, 어떻게 형언할 수 없겠지만, 앞으로 살다 보면, 이곳 신학교에서의 삶도 기억에서 점점 잊히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길게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분의 인생에서 신학교의 삶이 차지하는 비중과 분량도 계속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삶의 어떤 체험들은 원초적인 것이 되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기도 합니다. 신학교가 ‘교회의 심장’이라면, 여러분의 삶에서도 신학교에서의 시간들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4. 친애하는 부제님들,
물론 교회의 심장은 제가 보기에도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의 불타는 ‘사랑의 심장’이 교회의 심장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요한 묵시록이 선포하는 바에 따르면, 온 우주의 완성을 상징하는 새 도읍 예루살렘에는 “다시는 밤이 없고 등불도 햇빛도 필요 없습니다.” 주님께서 성전이시고, 주님께서 빛 자체이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거꾸로, 현세에는 여전히 밤이 있고, 어둠과 굴곡과 고통과 아픔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마주하게 될 세상은 결코 녹록치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 자신도 완성된 사람으로, 완결된 사람으로 신학교를 떠나는 것도 아닙니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예수님의 심장 안에 머무르십시오. 예수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십시오. 그렇게 해서 여러분 각자도 ‘교회의 심장’이 되십시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