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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졸업미사 강론
[ 작성일 : 2019-12-07, 조회 : 768 ]
1. 오늘 복음(마태 9,35-10,1.6-8)은 “사제는 누구인가?” “사제는 무엇 하는 사람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결정적인 대답을 제시해 줍니다. 이제 곧 사제수품을 앞두고 있는 부제님들, “사제란 어떤 존재입니까?” “여러분은 어떤 사제로 살겠다는 열망을 가슴에 품고 그동안 이 못자리에서의 초기 양성 과정을 살아오셨습니까?”
    사제는 ‘in persona Christi’, 곧 ‘그리스도를 대리하여’ 이 세상에서 그분의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은 그분이 하신 일을 요약하여 이렇게 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마태 9,35).
    이 말씀에 따르면 사제는 첫째로, 회당에서 가르치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는 사람입니다. 곧 사제는 하느님 백성이 모이는 곳 어디서나 하느님에 대하여, 무엇보다 하느님의 사랑에 대하여 가르치고, 하느님 나라가 우리 가운데 와 있음을, 매번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하느님께서 언제나 당신 백성 한가운데서, 그리고 그 백성을 통하여 세상 한가운데서 늘 몸소 행동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힘껏 선포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이를 위해 사제는 먼저 하느님 말씀을 듣고 그분의 사랑을 믿으며 하느님의 뜻에, 곧 하느님의 통치권에 자신을 내맡겨야 합니다. 자기 자신이 아니라 주님께서 자신을 지배하시도록 늘 자신의 뜻과 욕심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둘째로 사제는,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는 사람입니다. 물론 오늘날 사제는 예수님처럼,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직접 신자들의 질병을 고쳐 주고 마귀들을 쫓아냄으로써 그분의 일을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맡겨질 양떼들, 곧 하느님 백성 안에는 병들고, 마음이 아프고, 온갖 억압과 질곡에 묶여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들을 고쳐 주고 치유해 줄 권한을 여러분을 성령을 통하여 스승이신 주님에게서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그 권한을 어떻게 행사하게 될지, 곧 아픈 이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치유해 줄 수 있는지를 제가 이 자리에서 말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배우고 알게 될 것입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시간과 힘 대부분을 자신만을 위하여, 자신의 안위와 취미와 자기 복지를 위하여 쓰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셋째로,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그렇게 당신의 일을 하시면서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고 전합니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제는 주님의 일을 하면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예수님이 지니셨던 그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교회는 그 마음을 가리켜 정확하게 ‘목자의 사랑’이라고 표현합니다. 사제에게 목자의 사랑이 없다면, 달리 말해 백성을 가엾이 여기는 아버지다운 사랑이 없다면, 그가 하는 모든 일은 버거운 짐이나 한낱 밥벌이 수단이 되고 말 것입니다. 많은 분이 강조하듯 사제는 교회의 공무원이 아닙니다. 우리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주시고, 길 잃은 양들을 살리기 위하여 죽음의 골짜기, 지옥에까지 내려가신 주님을 본받아 사제는 백성을 위하여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는 목자의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넷째로,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기 위하여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셨다고 전합니다. 게다가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을 당신이 하시던 그대로 똑같이 하라고 모든 고을과 마을로 직접 보내셨습니다. 따라서 복음의 선포자인 사제는 보냄을 받은 자, 파견된 자, 바꾸어 말하면 선교사입니다. 모든 사제는 선교사입니다. 사제는 일차적으로 자신이 맡은 백성에게 선교사이고, 선교사가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사제는 어디든 가라면 가는 존재, 본당만이 아니라 길 잃은 양들이 있는 곳이면 땅 끝까지라도 기꺼이 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사목 현장 모든 곳이 사제에게는 선교지입니다. 이 말을 하고 이 생각을 되새기다 보니 한편으론 저도    이 신학교를 선교지와 같은 곳으로 여기고 살았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마음을 새삼 갖게 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부제님들, 여러분은 앞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아픈 이들을 어루만져 주기 위하여 좋은 곳 나쁜 곳 가리지 않고 어디든 가라면 가는, 힘찬 발걸음을 지닌 주님의 선교사로 사시겠습니까? 어디를 가든 두려움이 밀려와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땅 끝까지 가더라고 주님이 늘 곁에 함께해 주실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주님께서는 수확의 기쁨도 따로 안겨 주실 것입니다.

2. 이제 부제님들만이 아니라 학부를 졸업하는 수녀님과 수사님, 군대를 가고 휴학을 하고, 또 방학을 맞아 집과 본당으로 가는 학사님들, 이곳 신학교 못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서 길든 짧든 새로운 시간의 삶을 살아야 하는 여러분을 마치 머나먼 선교지에 보내듯 보냅니다. 어디에서든 복음 선포자로, 곧 선교사로 사십시오. 주님의 사랑을 가르쳐 주고, 약하고 헤매는 이들 곁에 함께 있어 주려고 노력하십시오. 목자의 마음을 지니십시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