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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학년도 졸업미사 강론
[ 작성일 : 2019-04-18 11:23:04, 조회 : 995 ]

2018 방학 및 졸업미사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2018.12.8

         

1. 나자렛의 시골 처녀 마리아에게 예수님의 잉태 사실을 천사가 알리자 마리아가 말합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마리아의 의문에 천사가 대답합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이 말을 피조물인 우리 인간에게 적용해 본다면, 이런 말이 될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있다.”

    여러분은 혹시 나에게 불가능한 일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는지요? 여러분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무엇입니까? 혹시 학점을 4.5이상 맞는 것은 자신에게는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세상에는 그 어렵다는 불수능을 만점 맞는 사람도 있으니, 인간에게 시험 성적 만점은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또는 여러분 가운데 어떤 사람은 처음에는 자신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결국은 해내고야 마는 경험을 한 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송별음악회에서 내 몸이 말들 안 들어!” 하고 외쳤던 몇몇 40대 학우들이 마침내 오늘 졸업을 합니다. 이것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결국 이루어진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그날이 언제 오나!” 하고 종종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우리 몇몇 부제님들에게도 마냥 불가능해 보이던 그날이 마침내 왔습니다. 모두 축하합니다.

         

2.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아무리 간절히 원한다고 해도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불가능한 일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늙지 않는 것, 변하지 않는 것, 그리고 죽지 않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성경의 계시 진리는, 인간의 죽음이 죄를 통하여 이 세상에 들어왔다고 말합니다. 곧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치고 과학기술이 진보한다 해도 넘어서기에는 불가능한 인간 생로병사의 비밀이 죄와 연루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죄란 무엇일까요? 인간이 자신에게는 불가능한 것을 탐하는 것이 죄가 아닐까요? 물론 현대인은 묻습니다. 불가능한 것을 탐하는 게 왜 죄가 되느냐고요. 애당초 하느님께서 선악과를 만들지를 말 것이지, 왜 그런 걸 만들어 놓고 주질 않으면서, 인간으로 하여금 금단의 경계, 불가능의 경계를 넘게 해서 죄를 짓게 했느냐며 반발합니다. 그러니 이른바 원죄의 책임은 처음부터 하느님께 있습니다. 불가능한 것을 탐할 자유를 인간에게 주셨으니까요.

         

3. 이렇듯 책임이 하느님께 있다면, 그 책임을 하느님이 지시는 게 결국은 마땅한 수순일 것입니다. 창세기의 타락 이야기에서, ‘그 나무열매를 따먹은 여자에게 주 하느님께서 물으십니다. “너는 어찌하여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여자가 그런 일을 저질렀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비껴갈 수 없습니다. 여자의 말을 듣고 자신의 자유로 그 일을 저지른 남자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로 행하는 모든 행위는 좋든 나쁘든 어떤 결과를 반드시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자유를 행사한 인간의 모든 행위는 그가 사는 땅에도 피할 수 없는 어떤 결과들을 가져옵니다.

    아무튼 이 모든 결과들과 그에 따른 책임에 대해 창세 3,16-19(오늘 제1독서에서는 생략된 부분)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압니다. 노동과 출산과 인간이 먼지로 돌아가는 죽음이 죄에 대한 인간의 책임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은 어떻게 책임을 지시나요? 불가능한 것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자유를 피조물인 인간에게 주심으로써, 그 자유가 가져온 참담한 결과에 대해 하느님은 어떻게 책임을 지십니까? 이 물음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습니다.

    곧 하느님은 다시 시작하십니다. 새롭게 시작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다시, 새롭게 시작하시는 그 시작의 출발점에 한 여자가 있습니다. 새 창조의 어머니가 될 한 여인이 거기 있습니다. 아무 죄에도 물들지 않은 새 하와, 아무 죄에도 물들지 않은 자유로 ‘fiat’ ‘하고 응답해야 하는 젊은 여인이 거기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나자렛의 마리아에게서 다시 시작하심으로써, 당신의 책임을 지십니다. 마리아를 선택하시고, 그 여인을 흠도 티도 없게, 아무 죄에도 물들지 않게 하심으로써 당신 책임을 지십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느님께서 그 책임을 어떻게 끝까지 다 지셨는지를 우리는 압니다. 당신의 외아드님을 우리 인간에게 주심으로써, 당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우리 인간에게 남김없이 다 내어주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끝까지 인간에 대해 책임을 지십니다.

         

4. 성모님의 원죄 없는 잉태, 곧 성모 마리아가 그 어머니 배 속에서 잉태되는 순간부터 당신 아드님의 구원 공로를 미리 힘입어 원죄에 물들지 않으셨다는 사실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피조물을 끝까지 책임지신다는 증표입니다. 그것은 피조물인 인간에게는 유일하게 나자렛의 마리아에게만 허락된 특권이지만, 마리아의 이 특권이 없었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그리스도 안에서 한몫을 얻게 되는 권리와 복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5. 이제 하느님의 자녀로서, 또 특별한 부르심을 받은 사람으로서 방학을 하거나 휴학을 하거나 또는 학부를 졸업하는 형제들, 친애하는 신학생과 수도자들에게, 또 이제는 정말로 못자리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곳 신학교를 떠나야 하는 부제님들에게 당부합니다. 우리를 끝까지 책임지시는 하느님을 믿고 자유롭게 사십시오! 하느님께서 우리를 끝까지 책임지신다는 사실을 믿고 신뢰하는 사람만이 이 믿음 안에서 자유롭게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 앞에서도 - 자신의 앞길에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면해질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하여 아무리 어렵고 힘들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 앞에서도 늘 다시 마리아처럼 여러분 모두는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빕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시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빕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티 없으신 성심께 여러분 모두를 맡겨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