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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학년도 입학미사 강론
[ 작성일 : 2014-03-07 16:00:05, 조회 : 1679 ]

2014년 입학미사 강론


  + 찬미예수님,


  2014년에 광주가톨릭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다른 대학들과는 달리 우리 대학은 3월 7일에 입학식을 거행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이미 2월 21일에 신학교에 들어와서 살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21일 금요일이 생각납니다. 1학년 여러분은 부모님과 친지들과 함께 이불과 옷가지와 책 등을 갖고 마치 이사를 오는 것처럼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신학교에 도착했습니다. 간단히 짐을 푼 뒤 여러분은 베리따스 광장에서 2학년 선배들과 함께 부모님들 앞에서 “꽃”이라는 노래를 합창하고 부모님께 작별인사를 드렸습니다.


  한 학기동안 여러분과 함께 살 도우미 부제님이 부모님들께 “이제 제가 1학년을 영성관으로 데려가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여러분은 부제님을 따라 영성관 쪽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어떤 어머님이 아들과 마지막 작별 인사로 포옹을 하니까 다른 어머님들도 작별인사를 하려 앞으로 나오자, 1영성관 관장신부님이 “입학식때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오늘은 그만 가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을 본관 3층 계단 밖에서 들었습니다. 이것이 2주 전의 일이지만, 부모님이나 신입생 여러분 모두 마음이 몽클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부모님과 작별한 뒤, 여러분은 2박3일 동안 2학년 선배들과 함께 살면서 신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수강신청을 하고, 3박 4일 동안 개강피정을 했습니다. 그런 뒤 지난 월요일부터 1학기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오늘 거행하는 입학식은 우리가 알고 있던 대학들의 입학식과는 다릅니다. 다른 대학들은 공식적으로 대학에 처음 오는 날 입학식을 한 뒤 수업이 시작되지만, 여러분은 신학교에 들어온 지 2주가 지나서야 입학식을 하니까 말입니다. 우리 신학교가 이처럼 입학식을 늦게 하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개교기념일인 3월 7일에 입학식을 거행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대학들과 달리 입학식을 늦게 하다 보니 좋은 점도 있습니다. 2주 전에 헤어졌던 부모님을 다시 만나 뵐 수 있어서 기쁨이 더 클 것입니다. 이제 여름방학이 되어야 부모님을 다시 뵐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신학생 여러분,


  한 가정에 자녀가 태어나야 그 가정이 대를 이어가듯이, 신입생 여러분 덕분에 광주가톨릭대학교도 계속해서 대를 이어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오늘은 신입생 여러분의 생일날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여러분은 이곳 신학교에서 적어도 군대생활과 현장체험 기간 등을 포함해서 10년 가까이 살면서 사제직을 준비하고 키워나갈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여러분의 젊음과 청춘을 이곳 신학교에서 보내게 될 것입니다. 우리 교수신부들과 선배 신학생들과 여러분 뒤를 이어 입학할 후배신학생들이 여러분과 함께 살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신학교는 ‘신앙의 공동체’, 사제직을 배우고 익히는 ‘배움의 공동체’, ‘친교의 공동체’, 형제적 사랑을 실천하는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우리 모두는 새로운 가족 공동체를 만들어가면서 서로 서로가 주님의 제자로서 사랑하고 존경하면서 사제직을 풍요롭게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신입생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오늘 독서의 말씀을 잠시 생각해보면서,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말을 들어봅시다.


  “그들은 마치 정의를 실천하고 자기 하느님의 공정을 저버리지 않는 민족인 양 날마다 나를 찾으며 나의 길 알기를 갈망한다. 그들은 나에게 의로운 법규들을 물으며 하느님께 가까이 있기를 갈망한다. … (이스라엘 백성이 투덜거리면서 하느님께 불평합니다.) “저희가 단식하는데 왜 보아 주지 않으십니까? 저희가 고행하는데 왜 알아주지 않으십니까?” … (그런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보라, 너희는 단식한다면서 다투고 싸우며 못된 주먹질이나 하고 있다. …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단식이냐? …(이사 58,1- 5)


  신학생 여러분,


  이스라엘 백성이 처음부터 이렇게 잘못된 길을 갔을까요? 이스라엘 백성이 처음부터 이렇게 잘못된 단식을 했을까요?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살다보니 어느 순간 그렇게 변해버렸을 것입니다. 왜 그렇게 변해 버렸을까요? 그것은 습관적으로 살다보니, 타성에 젖어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을 것입니다.


  「팡세」의 저자로 잘 알려진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블레즈 파스칼(1623~1662)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습관은 제2의 천성으로 제1의 천성을 파괴한다.” 파스칼의 이 말은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말해주는 명언입니다. 습관에 관한 명언은 많습니다. 나폴레옹은 “‘행동의 씨앗을 뿌리면 습관의 열매가 열린다.”고 했고, 데이비드 흄은 “습관은 인간 생활의 위대한 안내자다.”라고 말했습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러분의 믿음이 여러분의 생각을 만들고, 여러분의 생각이 여러분의 말을 만들고, 여러분의 말이 여러분의 행동을 만들고, 여러분의 행동이 여러분의 습관을 만들고, 여러분의 습관이 여러분의 가치를 만들고, 여러분의 가치가 여러분의 운명을 만든다.”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그렇습니다. 습관이 중요합니다. 습관은 여러분의 인생을 망치기도 하고 살리기도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습관과 타성에 젖어 살지 않았다면, 첫 마음을 잃지 않았다면, 이사야 예언자가 고발하는 그런 삶을 결코 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습관 때문에, 타성 때문에 그들은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하느님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하느님을 배반하고 하느님을 거역했습니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역설이고 모순입니까?


  이런 일이 이스라엘 백성에게만 해당되는 걸까요? 우리하고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일까요? 아닙니다. 우리가 깨어 살지 못한다면, 우리가 습관적으로 산다면, 타성에 젖어 산다면, 그런 일은 반드시 우리에게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러니 항상 깨어 살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바꾸면 여러분의 행동이 바뀌고, 행동을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꾸면 생활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면 인생이 바뀝니다. 좋은 습관을 기르십시오. 신학교 삶을 신바람 나게 살면서 좋은 생각과 행동을 몸에 익히십시오. 우리 모두 이곳 신학교에서 그런 삶을 함께 살아갑시다. 신입생 여러분,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2014년 3월 7일 개교기념일에


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


노성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