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소개

미사강론 HOME > 대학소개 > 총장실
2012학년도 졸업미사 강론
[ 작성일 : 2012-12-17 00:38:59, 조회 : 3270 ]

  찬미예수님,
  신학생 여러분, 즐거운 방학입니다. 한 학기 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신학교를 떠나는 수도회 신학생 여러분, 졸업을 축하합니다. 대학원 과정을 마친 부제님들에게도 졸업을 축하합니다. 오늘은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354-430)의 삶을 통해서 참다운 사제상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북아프리카의 작은 도시, 히포의 주교였지만 2000년 교회역사 안에서 가장 훌륭한 사목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를 가리켜 ‘은총의 박사’, ‘사랑의 박사’, ‘겸손의 박사’라고 말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우리에게 말합니다. “올라가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밑에서부터 시작하십시오. 당신의 성덕이라는 건물을 높이 올리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겸손이라는 기초를 먼저 닦으십시오”(아우구스티누스, 「설교」, 69,1,2).
  부제님, 사제에게 가장 필요한 성덕 가운데 하나는 겸손입니다. 여러분의 행동과 생각과 말에서 겸손의 향기가 우러나오도록 노력하십시오.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합니다.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많은 이들에게 종이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깊이 명심하십시오”(아우구스티누스, 「설교」, 32). “우리는 다른 이들 앞에 세워졌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종이기도 합니다. 사실 봉사한다는 면에서 볼 때, 우리는 다스립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을 ‘하느님 백성의 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게 어찌 아우구스티누스에게만 해당된 말이겠습니까?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사제는 하느님 백성의 종입니다. 사랑하는 부제님들, 하느님 백성을 섬기는 마음으로 사목을 하시기 바랍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강론대에서 말합니다. “이 곳 강론대에서 우리는 여러분의 스승입니다. 그러나 유일하신 스승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우리 모두는 동료 학생입니다”(아우구스티누스, 「시편 강해」, 126, 3). 그리스도의 겸손을 온몸으로 실천하며 살았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실천하며 살았습니다. 우리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삶을 통해서 사제는 선생이면서 동시에 학생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사제는 신자들에게는 가르치는 선생이지만 그리스도 앞에서는 배우는 학생입니다. 사랑하는 부제님들, 신부가 되어 이런 아름다운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신부님의 본명 축일 행사에 대해 알아봅시다. 본명 축일이 되면, 많은 신자분들이 본당 신부님을 위해 기도하면서 영적 꽃다발과 물적 꽃다발을 준비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본당에서 이렇게 합니다.
  그런데 그런 우리들에게 아우구스티누스가 당부합니다. “… 저에게 너무 좋은 것, 예를 들어, 값비싼 외투 같은 것을 주지 마십시오. … 값비싼 옷을 제가 걸치고 있다면, 사람들이 수군거릴 것입니다. … 단지 저에게 필요한 것은 옷이 없는 형제에게 줄 옷 한 벌입니다. … 누군가가 저에게 비싼 옷을 준다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저는 그 옷을 팔아버리겠습니다. 값비싼 옷은 공동 소유로 할 수 없지만, 옷을 팔아서 생긴 돈은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돈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줄 것입니다”(아우구스티누스, 「설교」, 356, 13).
  본명 축일 행사를 완전히 색다르게 치르는 신부님을 소개합니다. 본인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익명으로 하겠습니다. 그 신부님은 11년간 중국에 있다가 귀국해서 본당 신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인 미사 봉헌을 허가하지 않아서, 신부님은 ‘벽’을 쳐다보고 미사를 드리면서,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와 함께”를 혼자서 다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귀국해서 본당에서 미사를 드리면서,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하니까 신자들이 큰 소리로 “또한 사제와 함께”라고 응답하자, 신부님은 엄청난 감동과 기쁨과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중국에서 만났던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겨울에도 항상 맨발로 샌들을 신고 다닌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본당 신자들의 가정을 방문하면서 냉수 한 잔만 대접받겠다는 원칙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한 번은 어떤 가정에서 인삼차 한 잔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신부님은 끝내 인삼차를 거절했습니다. 자기가 그 집에서 인삼차를 마시면, 인삼차를 대접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큰 부담을 지워주는 것이 된다고 생각하고서, 끝내 인삼차를 물리고 냉수 한 잔을 마셨다고 합니다. 반모임 미사 때 강론 후에 아무 말 없이 세파에 찌들고 지친 신자들의 발을 씻어 주면, 신자들은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기쁨의 눈물과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냉담자들도 오랜 냉담을 풀고 다시 성당에 나온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본명 축일 때 영적 꽃다발조차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평상시 신자들에게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는데, 본명 축일에 무슨 낯으로 영적 꽃다발을 또 받느냐면서 사양한다고 합니다. 그 대신 본명 축일 날, 신부님은 하루 종일 고해소에서 고해성사를 주면서 냉담자들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본명 축일 선물로 가장 받고 싶은 것은 21년산, 30년산, 50년산 양주(냉담한 지 21년, 30년, 50년 된 신자를 지칭함)이기 때문에, 그런 양주를 데리고 오라고 신자들에게 말한답니다.
  사랑하는 부제님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제상입니까? 부제님들도 사제가 되어 아름다운 사제상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2012. 12. 12.
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 노성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