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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입학미사
[ 작성일 : 2012-03-20 09:10:17, 조회 : 3670 ]

+ 찬미예수님,


  신입생 여러분, 
  신학교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올해는 광주가톨릭대학교 개교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개교 50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에, 신학교 공동체의 새 가족이 된 여러분은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입니다. 우리 공동체는 역사의 주인공인 새내기 식구들을 맞이하여 크게 기뻐합니다.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입학미사를 하면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크신 은혜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유럽과 세계 여러 지역 교회들의 입장에서 보면, 신학생 숫자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엄청난 기적입니다. 아마 그들은 깜짝 놀라서 기절하고 말 것입니다. 경이롭고 부러운 시선으로 우리를 쳐다볼 것입니다.
  신학교를 흔히 못자리라고 말합니다. 신입생 여러분은 이곳 못자리에서 형제적 사랑과 주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배우게 될 것입니다. 못자리 공동체는 신학생들과 교수신부님들이 함께 생활하고 기도하고 공부하면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공동체입니다. 신학교 공동체는 ‘신앙의 공동체, 기도의 공동체, 배움의 공동체, 봉사의 공동체, 사랑의 공동체, 친교의 공동체, 일치의 공동체’입니다. 못자리 공동체에서 여러분들은 교수신부님들과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서 그리고 크고 작은 만남들을 통해서 전인적인 교육과 통합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주님의 제자로서 양성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자서전, 『선물과 신비』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오늘날 사제들한테서 단 한 가지를 원합니다. 그리스도를 원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목말라 합니다. … 세상 사람들은 사제들한테서 그리스도를 요구합니다! 사제들이 하는 말씀 선포를 통해서, 세상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받아들일 권리가 있습니다.” 

  신학생 여러분,
  교황님의 말씀처럼, 세상 사람들에게는 그리스도를 받아들일 권리가 있고, 사제들에게는 세상 사람들의 권리를 충족시켜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사제들한테서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리스도를 체험하려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매일 매일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더 닮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신학생 여러분은 통합적인 양성 과정을 거쳐 이곳 못자리에서 영성적으로, 사목적으로, 학문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성장해가면서 그리스도의 증거자,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어야 합니다. ‘alter Christus’, 즉, 또 다른 그리스도, 제 2의 그리스도가 되어야 합니다. 사제는 참으로 ‘in persona Christi’, 즉, 그리스도의 인격, 위격으로서 행동해야 합니다. ‘in persona Christi’로서 행동해야 한다는 말은, 사제는 그리스도께서 생각하셨던 것처럼 생각해야 하고,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말해야 하고, 그리스도께서 느끼셨던 것처럼 느껴야 하고, 그리스도께서 행동하셨던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은 이제 막 신학교 생활의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이곳 신학교에서 여러분은 여러분의 역사를 만들고 창조해 나갈 준비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한 사람의 삶을 소개하겠습니다. 보잘 것 없고, 별 볼일 없던 한 사람이 얼마나 큰일을 할 수 있는 지에 관해, 맹인 고아 소년의 삶을 통해 알아봅시다.


중학교 1학년 때 축구를 하다가 눈을 다쳐 맹인이 된 소년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소년이 실명하기 1년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아들의 사고에 충격을 받아 돌아가셨습니다. 소년과 누나와 동생은 고아원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갑자기 고아가 된 맹인 소년의 장래가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해보십시오. 십중팔구, 거지로 살다가 비참한 인생을 마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맹인 소년은 달랐습니다. 그는 맹인 고아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가 되었고, 자신의 집안을 명문가 집안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맹인 소년이 바로 지난달 23일에 세상을 떠난 강영우 박사입니다. 강영우 박사의 약력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서울맹학교 고등부 졸업(1968)
  연세대 교육과 졸업(1972)
  한국 장애인 최초로 유학생이 됨
 
피츠버그대학 교육학, 심리학 석사, 교육철학박사(1976)
 
노스이스턴일리노이대학 특수교육학과 교수(1979)
 
유엔 세계장애인위원회 부위원장(2001)
 
백악관 ‘종교․사회봉사부분’ 자문위원(2001)
 
백악관 ‘국가 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2002)

  맹인 고아의 삶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역경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좌절하거나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장애인 유학생이 되었고, 피츠버그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해 한국인 최초로 시각장애인 박사가 되었습니다. 그 후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장애위원(차관보급)을 지냈습니다. 그는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가장 높은 공직에 오른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의 큰 아들은 안과의사로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뒤, 30만 번 이상 백내장 수술을 해서 워싱턴포스트誌가 선정한 2011년 최고 슈퍼닥터로 선정되었습니다. 둘째 아들은 시카고대 정치․경제학을 졸업하고 듀크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법률고문으로 활동 중입니다. 법률 전문지 내셔널로저널은 40세 미만 최고 법조인 40명에 그의 둘째 아들을 선정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맹인 고아 소년이 이런 엄청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항상 인생의 큰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법무부장관을 지낸 딕 손버그는 강영우 박사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강박사는 비전과 행동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한 번 어떤 것을 꿈꾸면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그것을 달성할 길을 찾아내는 인물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의지 그리고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꿈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꿈을 갖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강박사의 꿈은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강영우 박사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맹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지 아십니까? 상상도 못할 많은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런 어려움과 악조건은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강영우 박사처럼 큰 꿈을 갖고 노력한다면, 한국 교회와 세계 교회를 놀라게 할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같은 기적을 일궈내도록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이 얼마나 신나고 가슴 벅찬 일입니까? 교회와 역사가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그 같은 기적을 창조하라고.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에게는 지금 사제직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있습니다. 그 열정을 갖고 광주가톨릭대학교의 역사와 한국천주교회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나갈 주인공이 되십시오. 이 세상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적의 역사를 만드는 주인공이 되십시오. 원대한 꿈, 굳건한 의지와 끈기, 주님께 대한 사랑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 복음 선포에 대한 뜨거운 열정, 지칠 줄 모르는 정열. 이 모든 것이 바로 여러분의 것입니다. 여러분의 특권입니다. 그 특권을 결코 포기하지 마십시오. 지금의 순수한 열정을 항상 간직하면서 기쁘게 신학교 생활을 시작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입학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하느님 아버지, 신학생들을 축복하시어, 이들이 항상 당신의 사랑과 은총 안에 머물게 하소서.


 


2012년 3월 7일
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 노성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