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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졸업미사
[ 작성일 : 2011-12-20 16:47:00, 조회 : 3642 ]

  오늘은 신학교 7년 과정을 마치고 못자리를 떠나는 부제님들의 졸업미사와 학부졸업미사 그리고 재학생 여러분들의 방학미사를 거행하는 날입니다. 먼저 학부를 졸업하고 떠나는 수도회 신학생 여러분, 졸업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사제서품을 받기 위해 신학교를 떠나는 부제반 여러분, 졸업을 축하합니다.
  모든 졸업이 그렇듯이, 부제님들의 졸업도 마침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따라서 신학교를 졸업하는 부제님들에게도 오늘은 사제직을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시작입니다. 부제님들은 새로운 시작 앞에 서 있습니다. 새로운 시작 앞에 떨리는 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서 있을 부제님들을 위해서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우스(326?-390)가 말하는 사제상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그레고리우스는 사제란 영혼을 돌보는 하느님의 사람이면서 동시에 교회의 종이라고 말합니다. 사제는 인간의 영혼을 돌보는 하느님의 사람이면서 동시에 교회의 종입니다. 이 얼마나 숭고한 사제직입니까? 사제직은 예술 중의 예술이요, 학문 중의 학문이며, 그 어떤 예술보다도 더 숭고하고, 육체를 치료해주는 의학보다도 더 월등하다고 그는 말합니다. 따라서 “사제는 인간의 영혼들에 날개를 달아 주어 그들을 세상으로부터 보호하여 하느님께로 인도하고, 만일 그들의 영혼 안에 각인된 하느님의 모상이 있다면 그것을 보존해주고, 또 만일 그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면 지켜 주고, 또 흠집이 났다면 치료해 주는 운명의 소유자입니다”(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우스, 「연설」II, 16. 22).
  부제님들은 사제품을 받고 그런 운명의 소유자로 살아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런 운명의 소유자로서 사제직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선 어떻게 할까요? 그레고리우스는 말합니다. 항상 솔선수범을 하라고. 그의 말을 들어봅시다. “남을 정화시키기 전에, 먼저 자신을 정화시키십시오. 남을 가르치기 전에, 먼저 지혜의 가르침을 배우십시오. 빛을 밝히기 전에, 먼저 빛이 되십시오. 남을 하느님께 인도하기 전에, 먼저 하느님께 가까워지십시오. 남을 성화시키기 전에, 먼저 자신을 성화시키십시오”(「연설」II, 71).
  부제님들도 사제로서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그레고리우스의 말처럼 항상 솔선수범하고, 신자들을 가르치기 전에 먼저 배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먼저 빛이 되시기 바랍니다.
사제품을 합당하게 잘 준비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레고리우스가 말합니다. “자신의 행동이나 관상을 통해 영원으로부터 고귀하신 그리스도의 이름을 깨닫지 못한 채, 누가 감히 사제직에 오를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를 위하여 자신을 끝까지 낮추신 겸손하신 그리스도를 참으로 깨닫지 못한 채, 누가 감히 사제직에 오를 수 있단 말입니까? … 말씀이신 그분과의 참된 친교를 맺지 못한 채, … 누가 감히 사제직에 오를 수 있단 말입니까?”(「연설」II, 98).
  그레고리우스는 우리에게 또 이렇게 충고합니다. 하느님께 진정한 찬미의 제사를 드리기 위해선, 사제 자신이 먼저 거룩하고 합당한 살아있는 제물이 되어야 한다고. 
  “내 손을 깨끗이 씻는 거룩한 작업을 하기 전에, 내가 감히 어떻게 그분께 영원한 희생 제사를 드릴 수 있으며, 사제라는 이름과 직분을 받을 수 있단 말입니까? 피조물을 바라보고 그것을 찾던 내 눈이 오직 창조주 하느님만을 경배하는 데 익숙해지기 전에, 내가 감히 어떻게 그분께 영원한 희생 제사를 드릴 수 있으며, 사제라는 이름과 직분을 받을 수 있단 말입니까? 내 귀가 천상 학교에서 들려오는 지혜의 말씀들에 귀 기울이며 듣는 데 익숙해지기 전에, 내가 감히 어떻게 그분께 영원한 희생 제사를 드릴 수 있으며, 사제라는 이름과 직분을 받을 수 있단 말입니까? 내 입이 오직 하느님의 신비만을 선포하는 데에 익숙해지기 전에, 내 혀가 천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악기가 되기 전에, … 내가 감히 어떻게 그분께 영원한 희생 제사를 드릴 수 있으며, 사제라는 이름과 직분을 받을 수 있단 말입니까?”(「연설」II, 98).

  사랑하는 부제님들,
  여러분은 우리 교수 신부님들의 자랑스러운 제자들입니다. 그러나 이제 얼마 후에 각 교구에서 사제품을 받고 사제의 길을 함께 걸어갈 동료 사제가 될 것입니다. 동료 사제로서, 여러분의 선배로서 여러분들에게 마지막 당부 말씀 드립니다. 사제는 신자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목자이지만 유일한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는 항상 배우는 학생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우리 민족과 신자들과 교회에 기쁨과 희망을 주는 사제가 되시기 바랍니다.


 


2011. 12. 10


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 노성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