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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학년도 졸업미사 강론
[ 작성일 : 2015-12-14 12:47:27, 조회 : 1350 ]

2015년 졸업 미사

         

  찬미예수님,

  사랑하는 신학생 여러분, 방학입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신학교를 떠나는 수도회 신학생들과 수녀님, 졸업을 축하합니다.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교구로 돌아가서 사제품을 받을 부제님들, 졸업을 축하합니다.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갈 신학생 여러분, 건강하게 군생활 잘 하기 바랍니다.    

  부제님들을 비롯한 모든 신학생 여러분, 여러분들이 꼭 생활화하고 습관화해야 할 일 가운데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가난하게 사십시오. 가난을 사랑하십시오. 우리의 스승이시요 주님이신 예수님께서도 가난을 사랑하셨고 가난하게 사셨습니다.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하느님의 모든 권능을 버리시고 인간이 되신 ‘육화는 가난과 겸손의 완성이고 극치’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가난하게 살아야 하고 가난을 사랑해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과 친구가 되고, 가난한 이들 곁으로 다가가십시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고 어렵습니다. 여러분의 친구들 가운데에는 가난에 짓눌리고 허덕이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마시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신학생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자모이신 성교회의 보호와 도우심 그리고 신자분들의 도움으로 가난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삶은 복음의 가르침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삶입니다. 세상의 많은 위대한 사람들은 말합니다. “자신들의 인생에 있어서 훌륭한 스승은 젊은 시절의 가난이었다고.” 신학생 여러분, 가난을 생활화하십시오. 가난을 친구로 삼으십시오. 가난으로부터 배우십시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올 1월에 “가난한 자들에 대한 배려는 공산주의의 핵심이 아니라 복음의 핵심”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자들을 배려하는 것이 공산주의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과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의 핵심인 가난한 이들을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사실 사회정의와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은 공산주의가 생겨나기 훨씬 이전부터 가톨릭교회의 전통이자 의무였습니다. 고대 교회에서는 많은 성직자들이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는 일에 투신하고 헌신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세상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로마제국의 300년의 박해를 이겨내고 마침내 로마제국을 굴복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회는 그 정신을 오랫동안 잃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은 가난한 자들을 배려하는 것이 복음의 핵심이 아니라, 공산주의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해 초에 그리고 『자비의 얼굴』 칙서에서, 프란치스코 교종은 주님께서는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다.”(마태 25,35)라고 말씀하시면서 최후심판때의 심판 기준을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종께서는 작년 11월 1일에 “전쟁 난민과 가난에 허덕이들 이들과 노숙자들을 일컬어 ‘무명의 성인들’, ‘알려지지 않은 성인들’”이라고 말씀하시면서 그들에 대한 존경심과 애뜻한 사랑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또한 교종께서는 당신의 생일을 맞아, 가난한 노숙자들을 식사에 초대하셨습니다.    

  교종께서는 베드로 광장의 돌기둥 사이에 공중 화장실과 샤워실을 설치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바티칸 사회복지 책임자인 콘라드 크라에프스키 주교가 이탈리아 사르데냐 지방에서 온 프랑코라는 노숙자의 50세 생일을 맞아 저녁식사에 초대했으나 스스로 냄새가 난다며 이를 거부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2013년 3월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같은 해 11월에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자리인 사회복지 책임자로 크라에프스키 주교를 임명하시면서, “당신한테는 책상이 필요 없을 테니 그것을 팔아도 되고, 바티칸에 앉아 누군가가 도와달라고 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밖으로 나가 가난한 자들을 찾아 다니십시오.”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감동이고 충격입니까?  

  교종께서는 성베드로 광장 일반 알현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사랑을 보고 우리를 심판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형제들을, 특히 가장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프랑치스코 교종께서 하신 여러 가지 말씀들이 『자비의 얼굴』 칙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사랑하는 신학생 여러분,

  다시 한 번 여러분에게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가난하게 사십시오. 가난을 생활화하십시오. 가난을 친구로 삼으십시오. 가난으로부터 배우십시오. 복음의 핵심인 가난한 이들에 대한 배려를 놓치지 마십시오. 마지막으로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자비의 얼굴』 칙서에서 강조하신 육체적 활동의 자비와 영적 활동의 자비를 인용하면서 강론을 마치겠습니다.

         

육체적 활동의 자비

◎ 배고픈 이들에게 먹을 것 주기

◎ 목마른 이들에게 마실 것 주기

◎ 헐벗은 이들에게 입을 것 주기

◎ 나그네를 따뜻이 맞아들이기

◎ 병자들을 방문하고 돌보아주기

◎ 감옥에 있는 이들을 찾아가기

◎ 죽은 이들을 묻어주기 (장례식장 찾아가기)

         

영적 활동의 자비

◎ 의심하는 이들에게 조언하기

◎ 모르는 이들에게 가르쳐주기

◎ 죄인들을 꾸짖고 타이르기

◎ 고통받은 이들을 위로하기

◎ 우리를 모욕한 자들을 용서하기

◎ 우리를 괴롭히는 자들을 인내로이 견디기

◎ 산 이와 죽은 이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기

         

   

2015. 12. 12.

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

노성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