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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학년도 졸업미사 강론
[ 작성일 : 2015-01-06 11:41:56, 조회 : 1562 ]

겨울방학 미사(2014)


 


  찬미예수님,


  신학생 여러분, 겨울 방학입니다. 부제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학부를 마치고 신학교를 떠나는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김숙(아론) 수녀님, 자비의 메르세다리아스 수녀회 윤소현(일다) 수녀님, 학부 졸업을 축하합니다. 군대에 갈 2학년 신학생 여러분, 군입대를 미리 축하합니다. 2학년을 마치고 사도직실습과 종신서원 준비를 위해 학교를 잠시 떠나는 성바오로딸 수녀회 엄혜진 수녀님, 2년간 잘 지내고 돌아십시오.


  오늘 강론은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시어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신 가르침 가운데서, 신학생 여러분에게 꼭 필요한 두 가지만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방한 기간내내 우리 모두는 프란치스코 교종 한 분 때문에, 위로와 희망, 행복과 기쁨을 느꼈습니다.


  교종께서 보여주신 첫 번째 가르침은 겸손입니다. 꽃동네를 방문하셨을 때, 남녀 수도자 대표 두 명이 교종의 강복을 받기 위해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러자 교종께서는 일어나라고 손짓하시고 그들이 일어나자 강복을 주셨습니다. 저는 교종께서 그냥 강복을 주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었습니다. 이런 경우에 대부분 우리 사제들은 자연스럽게 강복을 줄 것입니다. 그런데 그분께서는 일어나게 하신 다음 강복을 주셨습니다.


  저는 그 순간 히포의 주교 아우구스티누스(354~430) 성인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 곳 강론대에서 우리는 여러분의 스승입니다. 그러나 유일하신 스승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우리 모두는 동료 학생입니다”(아우구스티누스, 「시편 상해」(Enarrationes in Psalmos), 126, 3).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처럼, 사제는 신자들에게는 가르치는 선생이지만, 그리스도 앞에서는 배우는 학생입니다. 따라서 사제는 선생으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학생으로서의 삶을 동시에 살아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교종께서는 당신이 교종으로서 강복을 주시지만, ‘강복을 받는 여러분 역시 나와 똑 같은 그리스도인이며, 우리 모두는 주님 앞에서 똑 같은 동료 학생입니다.’라는 사실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제들이 가야할 길에서 얼마나 멀리 벗어나 있는 지를 알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신학생 여러분, 우리 모두 교종의 겸손을 닮도록 노력합시다.


  교종께서 보여주신 두 번째 가르침은 청빈입니다. 그분께서는 ‘수도자들과 만남’에서, 청빈 서원을 했으면서도 부자로 살아가는 수도자들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망친다고 말씀하시면서 청빈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잠시 들어봅시다.


 


… 봉헌생활에서 청빈은 “방벽”이자 “어머니”입니다. 봉헌생활을 지켜주기에 “방벽”이고, 성장하도록 돕고 올바른 길로 이끌기에 “어머니”입니다. 청빈서원을 하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사람들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칩니다. … 이는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 우리에게 가르치신 청빈의 증거를 파괴합니다. …(프란치스코 교종 연설, 한국 수도 공동체들과 만남’(꽃동네 사랑의 영성원, 2014년 8월 16일).


 


  방한기간 내내 들고 다시셨던 쭈글쭈글한 검정색 가방은 교종께서 가난과 청빈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입니다. 동아리 밀알회에 밀알사제 십계명이 있는데, 열 번째 계명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소박한 생활을 합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약속입니까? 신학생과 사제는 일부러 ‘소박한 삶, 청빈의 삶, 겸손한 삶’을 복음의 증거로 선택해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두 그런 삶을 살아갑시다.


  이제 곧 사제품을 받고 사목 일선으로 나아갈 사랑하는 부제님 그리고 방학에 들어갈 신학생 여러분,


  우리의 신원과 정체성에 맞는 ‘소박한 삶, 청빈의 삶, 겸손한 삶’을 우리 인생의 나침판으로 삼읍시다. 프란치스코 교종처럼, 우리도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쁨과 행복을 주는 삶을 살도록 노력합시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과 기쁨을 주는 신학생과 사제가 됩시다.


 


2014. 12. 13.


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


노성기 신부